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클래식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친정어머니와 주변의 영향으로, 그리고 제가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었지요.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단연 쇼팽입니다. 압도적으로 말이죠. 얼마나 좋아하냐면 그의 생일이 2월 22일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2월 22일생에게 어떤 의미로든 운명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 생일은 1로만 난무하고 있고(11월 1일) 둥이오빠 생일은 2와 1의 조합이죠. (2월 1일) 별 의미도 없는 건데 아무튼 어렸을 때부터 1과 2의 조합으로 이뤄진 생일을 가진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엔 2월 22일이나 혹은 2월 21일, 2월 1일, 1월 2일, 1월 22일, 11월 1일과 같은 생일을 가진 지인들이 꽤 많습니다. 신기하죠? 아무튼 이 모든 것의 시초는 쇼팽입니다. 제가 그만큼 그를 좋아했거든요. 아, 물론 고등학생 때 지독하게 짝사랑했던(...) 아르튀르 랭보에 비하면 조금 약했지만요. ㅋ 랭보의 시도 쇼팽의 음악도 너무나 사랑한답니다.

 사족으로 길게 빠졌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건 제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거고 가끔 무진장- 땡길 때가 있다는 겁니다. 쇼팽은 그냥 일상이라서 이런 날은 다른 좋아하는 음악들을 찾곤 하는데 마음의 평온을 원할 때 듣는 대표적인 곡이 바로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입니다. 마치 아주 맑은 종소리를 듣는 듯한 깨끗한 피아노의 울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에서 전설적인 인물들이 몇명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키신이죠. 저는 라 캄파넬라만큼은 언제나 키신 버전으로 듣기 때문에 오늘도 여지없이 그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아름답죠.
 
아래는 키신의 유명한 라 캄파넬라 연주 실황입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키신 버전 라 캄파넬라


 근데 검색한 라 캄파넬라 관련 포스팅 중에 아믈랭 버전 라 캄파넬라가 보이더군요. 아믈랭이라니; 허걱.
 아믈랭은 캐나다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풀 네임은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입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지만 적어도 그가 천재라는 점, 특히나 '테크닉의 천재'라는 점에서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믈랭은 원래도 어려운 원곡을 오직 그만이 범접할 수 있는 레벨로 더욱 어렵게 편곡해서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쳐내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그 자신은 기교에 목적도 목표도 두지 않는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만, 그의 편곡을 듣고 있으면 '이 자식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가 입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입니다. 네(...) 피아노를 좀 치시는 분들은 아믈랭의 편곡을 들으면 두 가지로 의견이 갈린다고 하죠. 하나는 이거슨 신의 경지이므로 아예 범접할 생각을 안하니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으로 듣는다'는 파와 '신이시여, 왜 내 손에 달린 손가락은 다섯개 뿐인가요.'를 외치며 신을 저주하는-_- 파로 나뉜다고 합니다. 그의 편곡이 궁금하신 분은 아믈랭 버전으로 왕벌의 비행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쇼팽을 편곡한 것도 굉장하죠. 하지만 음악의 정신적인 영향력, 조화와 감성을 더 중요시하는 제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닥; 전 그냥 원곡이 좋네요.(...)  

 아믈랭의 극악무도한 연주를 듣고 좌절(?)했던 여러번의 경험 때문에 듣고 싶다는 호기심과 듣지 말자는 이성이 마구 싸웠지만, 그래도 결국은 호기심이 이겼습니다. 흑.
   

  아믈랭 버전 라 캄파넬라


 but...듣고 후회했습니다. 내 마음의 평온은 어디에. 어디에. 어디에. ㅠㅠ

 상당히 깨끗하게 치는 음은 놀라웠지만 기교를 넘치게 들려주려는 나머지 필요없는 것들을 끼워넣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사견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네. 전 불협화음이 싫어요. 특히나 라 캄파넬라 특유의 그 맑고 깨끗한 크리스탈 같은 소리를 저급 유리잔 치는 것 같은 소리로 바꾼 것만은 참을 수가 없어요. 그런 걸 라 캄파넬라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는(아마도 영원히) 1인이거든요. ㅠㅠ

 음, 그렇지만. 이렇게 키신과 아믈랭 두 개의 버전을 비교하면서 듣는 재미자체는 꽤 쏠쏠하네요. 저는 다시 키신 버전으로 마음의 평정을 얻은 다음 잠자리에 들어아겠습니다. ㅎㅎ
2010/03/11 22:11 2010/03/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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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셀 2010/03/12 0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고보니 제 생일도 11월 21일, 1과 2의 조합이군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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