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번째 날!
후다닥 일어나 아침을 먹자 마자, 윤섭이와 수영복을 입히고 스프링돔에 갔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 바로 이 스프링돔. 경주 한화 콘도를 리뉴얼하면서 만든 반실내 반실외 수영장이다.
아직 여름이 다 지나지 않은데다 날씨는 쾌청. 그러나 9월 초 평일의 스프링돔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오후 들어 단체 관광을 온 아줌마 아저씨들이 들이 닥치기 전엔, 그러니까 오전 내내 그 넓은 스프링돔을 윤섭이와 윤하가 독식했다.

실외 1m 풀에 윤섭이를 띄우고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윤섭이가 V를 한다.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아빠 얼른 와요! 얼른 붙잡아 주세요!"
역시나 텅 빈 풀에서 한참이나 헤엄을 친 이윤섭씨, 미끄럼틀이 있는 실내 수영장에 가겠단다.

윤하는 60cm 풀에 들어가도 가슴까지 물이 올라온다. 윤섭이는 넘어지지 않지만, 윤하는 넘어질 수 있었다. 한번 미끄러져서 물을 먹자 아가씨는 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윤하는 결국 유아용 40cm 풀에 앉아 오전 내내 발만 참방댔다.

물론 막판엔 오빠따라 물 속에 들어가긴 했었지만...
오전엔 쾌청했던 날씨가, 오후가 늦어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윤하가 감기에 걸릴까봐 아쉽지만 수영장에서 퇴장. 실컷 수영장에서 논 가족들은 방에 돌아오자 마자 쓰러져 낮잠을 잤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난 후, "황남빵을 먹으러 가보자"고 의기투합, 차를 몰고 경주 시내로 나섰다. 황남빵은 흔히 알고 있는 경주빵의 원조 버전이다. 3대째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과자를 장인이 직접 손으로 빚기 때문에 황남빵은 본점 외엔 분점도 없다. 어쨌든 경주에 왔으니 황남빵을 지나칠 수는 없었다.

차를 몰고 부웅~ 하고 찾아간 황남빵집에서 우리가 먹을 것,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가져다 줄 황남빵을 세 상자를 샀다.

이렇게 생겼다. (그냥 생긴건 경주빵하고 똑같이 생겼다.)
얇은 빵 속에 진한 팥 앙금이 들어 있다. 팥이 참 독특한데, 달지 않고 부드러워 입에 착착 감긴다. 운전을 하면서 하나만 하나만 하다가 결국 집에 가져온건 서너개 남짓 뿐이었다.

황남빵을 사서 숙소로 돌아올 때 즈음엔 이미 비가 꽤 내리기 시작했다. 경주를 돌아다니는건 힘들 것 같으니 내일로 미루고, 콘도 안에서 놀기로 했다.
그래서 이윤섭씨에게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었다. 엄마가 오락실에 데리고 가서 게임을 시켜준 것. 이윤섭씨가 인생 최초로 게임을 해본 순간이었다. 이윤섭씨가 인생 최초로 플레이 해 본 게임은 스트라이커즈 1945. 아빠가 귀신 처럼 잘했던 1942의 후속작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성적은... 레버를 조작 못해서 총탄만 몇번 발사하다 자코들에게 맞아 연속 사망 ㅋㅋ
생각해 보면 나도 내 인생 최초의 게임을 낙산 해수욕장 근처의 오락실에서 해봤었다. 아버지가 데리고 가주셨던 것 같다. 윤섭이도 이 순간을 나 처럼 영원히 기억할까.

아직 게임을 할 수 없었던 윤하는 오빠가 하던 게임을 구경하다, 밖에 나와 아빠랑 사진을 찍었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꽤 늦게까지 엄마와 아빠는 맥주를 한잔씩 하며 오붓하게 TV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겐 일상이겠지만 랑이와 나는 둘 다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려 유희열이 TV에서 음악 방송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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