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에 지른 드래곤 에이지를 플레이 시작.
현재까지 플레이는 3~4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게임플레이의 몰입도가 장난아니다. 주변 환경과 시간 흐름을 잊을 정도로 빠져서 게임을 플레이하는건 오블리비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기본 인터페이스와 게임 진행은 발더스 게이트와 비슷하다. 이퀄(=) 키로 파티 전체를 선택하는 순간 발더스 게이트의 향수가 확 느껴졌다. 발더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파티원별 AI를 선택할 수 있고, 각자 레벨업하며, NPC들은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메인스토리와 서브 퀘스트도 발더스 게이트처럼 적절히 분산 배치 되어 있고, 대화 진행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풀 3D라는 점, 그리고 모든 대사가 컷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 대사는 오블리비언 수준 정도라 영어로 된 게임 좀 해본 사람이면 무난히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다. (정품에는 스크린샷을 곁들인 300페이지짜리 풀컬러 대사집이 있으니 영어가 안되더라도 별 상관 없을듯?)
전체적으로 세계관은 다키하고 현실적이며 참혹하다. 스토리텔링 스타일은 발더스나 아이스윈드데일을 많이 닮았는데, 그래픽이 미려하고 표현이 좀 고어하다 보니 훨씬 더 플레이어에게 세계관이 밀착된다. 개인적으로는 영웅들의 노력 따위 막강한 악의 군대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고 시작하는 스토리가 참 인상적이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잡설.
몇시간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개발자로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RPG는 로망을 가져야 한다. 사람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말초적 욕구나 보편적 감성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로망을 창조하고 그 로망을 플레이어에게 부여해야 한다. 몬스터헌터가 그랬고, 에버퀘스트가 그랬고, 마성전설2와 발더스 게이트가 그랬다. 이브 온라인이 그랬고, 오블리비언과 폴아웃이 그랬다. 그 세계에서만 움켜쥘 수 있는, 다른 세계나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과 그 비보편적 감성. RP, 즉 롤플레이가 가져야 하는 감성에 대해 나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있을까. 자신있게, 내가 만드는 게임에 내가 부여한 감성은 이것이라 주장할 만한 것이 있을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플레이어의 감각을, 그리고 플레이어였던 시절에 내가 원했던 것을 일깨워주는 게임이다.
5만원을 쳐바른 오블리비언 확장팩은 시작도 못했지만 당분간, 그리고 꽤 오랫동안 플레이어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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